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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FLECTION IN THE MIRROR 2025
He looks into the mirror. Everything is neat, orderly, without disorder. Yet what he meets is not just his exterior. His day is filled with a balanced routine—same paths, same time, same rules. People remember him as consistent, harmonious, flawless, almost as if he exists as a single unified presence. He finds the reason for his being in the beauty of form.

But one day, the gaze in the mirror feels unfamiliar. The city he lives in is built with perfect structure, its buildings symmetrical. Yet there, he sees light and shadow together. For the first time, the eyes in the mirror are alive. Beyond balance and order, he sees freely flowing groves—waves shaped by the wind, branches defying rules, chance-made nature. All of it whispers to him.
그림 소개

공(空)은 정제된 구조와 균형을 상징하며, 원(圓)은 가장 완전한 도형이다. 중심과 경계가 명확히 정해지는 순간, 원은 완벽한 기하의 틀에 머무르지 않는다. 내부의 미세한 파동과 색의 농담은 균질한 질서 속에서도 살아 있는 호흡을 드러낸다. 그것은 수학적 도형이 아닌 시간과 감정의 흔적이다. 손끝이 닿을 듯 말 듯한 거울 속의 ‘나’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 실재와 반영의 거리를 묻는다. 단정했던 형식의 삶이 어느 순간 낯설게 다가오는 경험, 그것은 회화 속 원이 만들어내는 균형의 세계와 마주한 불안한 현실 사이의 진동으로 나타난다. “균형은 완전함인가, 혹은 억눌린 자유의 또 다른 얼굴인가.” 굳어 있는 듯 하나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다. 형태의 아름다움에 갇혀 있던 존재가 스스로의 ‘파동’을 자각하는 순간, 그 내부에는 끊임없이 번져나가는 인간의 내면과 자유의 욕망이 자리한다. 그러면서도 존재적 사유가 시각 언어로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순수한 색채 언어와 미니멀리즘의 절제된 조형미, 그리고 개념미술이 제기한 ‘자기 인식의 과정’이 겹쳐진다. 결국 이 공(鏡)은 단정한 원의 표면에서 출발해 그 이면의 흔들림까지 포착하려는 시도다. 균형 잡힌 세계 속에서도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질문하고 재구성한다. 이때 거울은 단순한 반사가 아니라, 존재의 심연을 비추는 통로가 된다. 나는 완벽한 형식을 좇는 대신, 살아 있는 질서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을 그리고 있다.
접근


01  환류와 합성
02  네거티브 공간
03  자연주의
04  그라디언트
05  텍스트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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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마치며

저 멀리 넘어가 사라졌고 여전히 남은 빛이 그림 위에 있다.
그림 속 색이 저 혼자서도 잘 있다.
소멸과 순환, 그 사이의 여운이 참 따뜻하다.
하루의 끝과 함께 사라졌어도 그 빛은 하늘과 나이테,
그리고 연필 끝에 남아 새로운 형태로 머문다.
지워진 것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그림을 완성했지만, 동시에 끝내지 못한 것 같다.
빛은 여전히 내 안에 있고 내일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25.2
Memento mori

ㅡ Gong Kyung